[윤진영] 다문화 가정의 가장으로서 드리는 한 말씀
마누라 자랑을 하면 팔불출이라고 하는데,
오늘은 우리 아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리 아내는 신문/방송기자, 방송/영화/이야기작가, 단편영화감독 입니다.
대학졸업 후 엘살바도르의 최대일간지 La Prensa Grafica의
건강/사회부 기자로 열심히 활동하여 영부인으로 부터 우수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저와 결혼한 뒤에는 TV방송 프로덕션에서
아동, 여성, 장애우 인권 등에 대한 다큐멘터리와
재난, 재해, 선거실황 중계 등에 발로 뛰며 글을 쓰는 방송작가로 활동했습니다.
http://archive.laprensa.com.sv/20050509/vivir/193994.asp
http://archive.laprensa.com.sv/programas/impresion/imprimir.asp?ElUrl=http://archive.laprensa.com.sv/20050507/vivir/193994.asp
그런데 이 못난 남편을 따라 코스타리카에 왔다가
지금은 한국의 연세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며 우리 아들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지금도 가끔 엘살바도르에 들르면 지인들로 부터
"윤사범이 훌륭한 인재를 가정주부로 만들어 놓았다"라고
욕을 먹습니다.
하지만, 제 아내의 생각은 다름니다.
2008년 제 첫째 여동생의 결혼식으로 한국에 입국했을 때,
지인의 소개로 들르게 된 인사동 인근에서
세계 어린이운동 발상지 비를 보고, 설명을 통해
어린이라는 낱말을 만들어내고 세계최초로 어린이 날을 만드신
소파 방정환 선생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일제치하 속에서 천대받던 우리나라 사람들...
그리고 아무도 중요하다고 거들떠보지 않는 어린이들에 대한
생각과 배려 그리고 활동을 하셨던 그 분의 이야기를 듣고
영감을 얻어 12편짜리 실사 애니메이션 Adonbo의 시나리오를
써서 제작하여 채널 33번에 여러번 방영했습니다.
엘살바도르가 경제적으로 넉넉치 못해 외국의 경제적 지원을
받아 저예산으로 어렵사리 만들어낸 작품이죠.
http://casacomal.powweb.com/icaro/portal09/en/content/el-derecho-la-no-explotaci-n
2009년 그 작품으로 아내는 방송작가이자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중미에서도 유명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그 애니메이션의 시나리오를 아이들을 위한 동화로
새롭게 재구성을 하여 쓰고 있습니다.
저더러 한국어 번역을 하라고 하여 완성이 되면 같은 책에 서한합본으로 출판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그렇게 하는 첫째 이유는 우리 아들들이 글을 배우면서 한국어로든 스페인어로든
(두가지 언어 모두라면 더욱 좋겠지만...) 우리 아내가 쓴 글과 생각들을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고
다른 한가지 이유는 저와 우리 아내가 서로 글을 쓰고 읽어주며 서로의 언어와 생각을 이해하고 배웠던 것 처럼
한국어를 공부하는 스페인어권 외국인이나 스페인어를 공부하는 한국어권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을 공유하면서 서로의 언어를 공부하는 보조교재로 삼아 주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며,
사실 가장 중요하고 궁극적인 이유로는
그 이야기들이 출판된 후 다시 방송물이나 영상물로 제작되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한국이라면 더더욱 좋겠지요.
그런 저런 연유로 우리 아내는 한국을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남편이 잘 가르쳐주지 않는 한국어도 찾아서 배우게 되었습니다.
코스타리카에서 함께 사는 동안에는 아내가 아이들에게
저보다 한국어를 더 많이 썼고,
저더러는 '집에서는 한국어를 더 많이 써라'라고 혼도 많이 냈었습니다.
못 본지 오래되어 그립습니다.
하지만, 2011년 1월 1일부터 변경된 국적법의 적용으로
외국인이 한국국적을 취득하더라도
한국에서 다른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면
자신의 원국적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듣고
고통스러운 별거를 서로 참아내고 있습니다.
내년 3월이면 한국에서의 합법적인 거주 1년을 채우게 됩니다.
그럼 우리 아내는 대한민국 국적신청을 할 것입니다.
한국으로 입국 전 결혼생활이 이미 5년이 넘고
우리 사이에 아이도 둘이나 있기 때문에 국적취득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혹 나중에 우리 아내가 한국에서 국적 신청을 할 때,
"어~ 별 볼일 없는 외국인잖아~" 하면서
거부 당하지 않을까 하여 이렇게 끄적여 봅니다.
최근에 공중목욕탕에 출입금지 당한 어느 외국계 한국인 귀화여성의 사건이
남의 일 같지 않아 이렇게 몇자 적었습니다.
- 중미 코스타리카에서
- 윤진영 드림
P.D.
아내와 저의 생일이 비슷하게 10월말께에 걸려서 서로
생일선물을 주고 받는데, 이 비디오가 제게는 최고의 생일선물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02YUarhcfX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