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일기] 내 아들(윤진수, 윤정수)에게 합기도를 가르치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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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빼기 1, 2, 3, 4, 5번 // 평행
Escape de muñeca número 1, 2, 3, 4, 5 // paralel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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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직 아빠가 되어 보지 못했던 시절,
내 도장(http://acam.wo.to)에 자녀들을 데려오는 학부모님들을 보면서 다음과 같은 오만한 생각을 했었다.
'나중에 내가 아이를 갖게 되면 무예는 내가 직접 가르칠 수 있으니 참 다행이다.'
그러나 내 아이들을 직접 기르면서 도장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님들이
얼마나 존경스러워졌는지 이번 기회에 여기에 좀 써놓아야 할 듯 하다.
"학부모님 여러분, 정말 여러분들을 존경합니다.
아버지로서 어머니로서 아이들에게 뭔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직업인인 사범(관장 포함)으로서 제자들에게 뭔가를 가르치는 것보다
몇 배나 더 큰 인내와 고민이 따른다는 것을
아빠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철 없던 생각을 했던 저를 너그럽게 보아주십시오."
2010년 3월, 엘살바도르의 도장을 사범님들에게 맡겨두고
'주 코스타리카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전문관으로 근무하기 전까지,
우리 아들들은 집 1층에 있는 도장 바닥을 제 안방삼아 나와 함께 놀면서 자랐었다.
그리고 내가 다른 일로 출타할 경우나 바빠서 아이들을 돌보지 못할 때에도
도장의 사범님들이 아내와 장모님과 함께 아이들을 보살펴 주었기에
난 아이들이 저절로(?) 배우고 클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정해진 시간 동안 일을 하고 월급을 받아 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직장에서의 근무 시간과 퇴근 후 내가 가족들과 함께 나누어 써야하는 여가 시간이
나의 결정이 아닌 남의 결정으로 인해 나뉘면서 부터,
내가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매일 매일을 보내는 삶의 장소도
엘살바도르에서 코스타리카로, 코스타리카에서 대한민국으로 바뀌었다.
그 새 꼬물꼬물 기어다니고, 아장아장 걸어다니던 아이들이
펄쩍펄쩍 뛰어다니고, 으쌰으쌰 나와 아내를 끌면서 다닐 정도로 쑤욱 컸다.
아이들에게 내가 다 가르칠 수 있을 것 같던 한글과 수학(산수 / 셈하기) 등을
집 근처 어린이집과 학교를 통해 가르치게 되고,
외국에 도장과 지도사범을 갖고 있는 관장이자 무예 고단자로서
내 아이들을 인근 후배가 운영하는 태권도장(http://www.natoyan.net/)에 보내어 가르치게 되었다.
첫 째 녀석은 오늘 도장이름이 새겨진 액자에 멋지게 들어있는 태권도 1품증을 들고 집으로 들어왔고,
둘 째 녀석도 벌써 파란띠인데, 내가 녀석들에게 직접 가르쳐 준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섭섭하던 차에
오늘 난 처음으로 아이들에게 내가 하는 무예의 기술들 중 몇 개를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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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빼기 1, 2, 3, 4, 5번 // 평행
- 상대의 손에 붙잡힌 나의 손목을 올리고(1), 내리고(2), 비틀거나(3) 돌려서(4, 5)
자유롭게 만드는 기술.
- 평행 (상대의 오른손 안에 있는 나의 왼손목빼기 / 상대의 왼손 안에 있는 나의 오른손목 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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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지극히 단순하고 익숙한 동작들이지만, 처음 배우는 아이들에게는 무척 복잡하고 어려운 동작이다.
이 5가지 손목빼기를 이해하고 익숙해지지 못한다면, 다른 기술들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기에
오늘은 이것을 중심으로 수련했다.
매일 매일 태권도장에서 1시간씩 수련하는 아들들에게
집에 와서 똑같은 무예를 배우라고 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보기에,
나는 아이들에게 합기도와 24반무예를 가르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너무 늦기 전에...
- 대한민국, 서울에서
- 윤진영 씀